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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훈칼럼】 '고도(Godot)’가 기다려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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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종훈칼럼】 '고도(Godot)’가 기다려지는 하루

안종훈박사.jpg

안종훈 박사(인공지능산업컨설턴트/AI윤리학자, 한국인공지능협회 윤리분과위원장, 부산AI빅데이터협의회 윤리위원장)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그 결과는 정의롭게!
멋진 말이다. 평등과 공정, 정의가 완벽하게 실현되는 그 사회는 바로 민주주의의 천국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사여구로 잘 만들어진 말의 이면에는 늘 불안과 불신이 깃들어져 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리고는 예기치 못한 대형 문제들이 하나씩 터지게 되면 본 얼굴이 그대로 보여 지게 된다. 체계적인 지식도 없고, 조직적인 대처능력도 없으며,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불안과 고통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진영논리를 기반으로 이념적 차원의 전문가들이 똘똘 뭉쳐 집단을 형성하게 되며, 편협된 시각으로 운영되는 그 조직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한계와 무능이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전염병 예방을 위한 전례없는 마스크 대란사태에 직면하여 마스크 구입을 기다리던 한 시민은 “과거 역사에서 한번도 하지 못한 경험을 지금 하고 있다”고 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능력 부재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그 말을 들은 정부 당국자는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아무 느낌도 없었다면 이미 권력에 물들어 교만의 극치에 이른 것이다. 머지않아 국민의 심판이 따라오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인문학자이자 인공지능 산업컨설턴트로서 칼럼 등 여러 글에서 진보와 보수, 중도로 확연히 나누어져 버린 현 상황에서 우리는 경계에 서야 한다고 했다. 경계에서 이쪽저쪽의 잘 못하는 것만 지적하지 말고, 잘 하는 것도 칭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현 야당인 한국당의 책임있는 반성을 주장했고, 정부의 부패척결 의지와 실천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냈다. 당근과 채찍은 성장발전을 위한 필수 기본 조건이 때문이다. 문제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2020년 대한민국의 정치·경제·교육·사회·문화적 환경은 초기의 기대와는 달리 칭찬할 것보다 지적할 것이 더 많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여야 정치적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국가경제는 더 힘들어졌고, 사회는 진보와 보수, 중도로 양극화를 넘어 다극화되어 버렸으며, 그 속에서 품격이 있어야 할 문화는 힘을 잃고 있다. 또, 교육은 정치와 중앙 권력의 도구가 되어버린 것 같다. K도의 경우 이미 로봇랜드 건설 실패로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상황에서 다시 수백억을 들여 인공지능 활용 미래테마교육관을 세운다고 한다. 앞 뒤 순서가 맞지가 않다. 전시를 위한 교육인가.
           
더 중요한 것은 지난 해 12월 ‘IT강국을 넘어 AI강국으로!’를 외쳤던 정부 정책이 과연 앞으로 제대로 구현될지 국민적 불신의 늪으로 빠져 버린 것 같다. 끈질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진행에서부터 박근혜 정권 때 공소장을 치켜들고 탄핵을 소리 높여 외치더니, 하루아침에 공개원칙을 바꾸어 버리고, 그것을 합리화 시키는 법무부 수장에 대해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검찰개혁이란 명분을 걸고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검사들에 대해 인사폭탄으로 응답하는 법무부 장관의 법적인 평등과 공정, 정의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 잊어버린 것인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아예 지워버린 것인가.
 
소득주도 경제정책으로 그렇게 자신 만만하던 초기 경제팀 책임자들은 이제 국민에게 수긍할 수 있는 중간보고를 할 때가 되었다. 정책추진의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좀 더 기다려야 하는가. 세계경제의 불황을 운운할 것이면 하루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며, 정부는 제대로 된 경제전문가들로 경제팀을 다시 꾸려야 한다. 2018년 12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다음 직언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많은 이가 소득주도성장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소득주도성장 기획 추진자들은 이 정책이 국민과 국가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소득주도성장은 어느 국가에서도 검증된 바 없고, 우리 정부가 임기 내에 해보겠다고 실험적으로 서두르다 보니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4차 산업혁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국가주도의 경제사회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덧붙여 그는 전문가들이 나서지 않으면 현 정권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정부는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을 경제실험실의 모르모트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 진영의 논리가 아닌 수요와 공급이란 가장 기본적인 시장 논리에서 경제정책은 출발해야 한다. 그 균형을 깨어버리고 4차 산업혁명의 개방과 공유라는 파고 속에서 파괴적 창조라는 역사적 소임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까.          
 
중국 우한 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와 정책적 지원 혼선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한 의사협회의 수차례 권고에도 불구하고, 그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정부 당국은 전문가 집단의 말을 듣지도 않고 도대체 누구 말을 들을 것인가. 이제 천재(天災)로 포장해버릴 것인가. 전염의 위험도 무릅쓰고 묵묵히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지키고 있는 우리 의료진들에게 그들은 매일같이 찾아가서 감사의 인사를 하고, 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주고, 필요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는 국민의 촛불로 쟁취한 정권이다. 촛불은 햇불로 전달되기 쉽고, 다시 그 햇불은 거대한 산을 태울 수 있는 산불로 순식간에 옮겨 붙을 수도 있다. 국민의 침묵은 무관심이나 무지함의 표현이 아니다. 그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매서운 회초리가 들어 있고, 개혁의 불씨가 차곡차곡 쌓여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겸허한 자세로 실수를 인정하고, 국가적 재정비를 위해 사회 각 분야를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가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평등과 공정, 정의가 완벽하게 실현되는 민주주의의 천국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그 반만이라도 제대로 실현된다면 만족할 것이다.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며, 정의가 실현되는 진정한 민주사회, 그날이 오기는 할까. 왠지 오늘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Godot)’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