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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훈 칼럼】 2019년, 또 한 해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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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종훈 칼럼】 2019년, 또 한 해를 보내며

안종훈박사.jpg

 안종훈 박사(인공지능산업컨설턴트/AI윤리학자, 한국인공지능협회 윤리분과위원장, 부산AI빅데이터협의회 윤리위원장)

  

해마다 12월 달력을 보게 되면 회상과 각오가 겹쳐 일어난다. 12월의 하루하루 보다 지나온 나날들이 더 생각이 나서 다가오는 새로운 한 해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생각에 잠긴다.
 
사실 해마다 달력의 날짜는 그대로 있다. 변하는 것은 “나”일 뿐이다. 시간은 단지 물질들이 만들어내는 사건들 간의 관계일 뿐이고, 그 전(前)과 후(後)가 있을 뿐이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을 시작으로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오고 있다. 하지만 문학적 표현으로 ‘시간의 흐름’과 ‘세월의 무상’함은 변함없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과학에서 보는 시간과 문학에서 바라보는 시간의 거리감이다.
 
사건들 간의 관계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게 되면, 흐르는 ‘시간’ 보다는 ‘사건’들과 ‘관계’의 ‘변화’에 무게중심이 실리게 된다. 원인과 결과라는 명제가 떠오르고, 이 또한 수평적 시간의 흐름과 입체적관계의 변화에 따른 결과물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역사 해석에서 공시적 관점과 통시적 관점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놀드 토인비는 이를 ‘도전’과 ‘응전’의 역사 흐름으로 해석하였고 역사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볼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사건들’ 간의 ‘관계’를 해석하고 그 속에서 ‘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이다. 조직적인 이해력과 분석력이 필요하며, 해석을 통해 그 다음을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해당된다. 문제는 올바른 해석을 해낼 수 있는 ‘조직’과 ‘사람’이다. 현대사회에서 그런 중책을 수행할 조직은 정부기관이나 연구소이고, 그런 일을 해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각 부처 장관과 소속 직원들이다.
 
며칠 전 1997년 우리나라 외환위기 사태를 배경으로 한 영화 <국가부도>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당시 정부 관료들과 경제담당 공무원들의 무능과 안일함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영화였다. 실무를 담당했던 경제장관과 외환담당 직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을 했을까. 국내외 경제 흐름과 변화사항을 좀 더 철저하게 이해하고 분석하였더라면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하여 애들 돌 반지를 죄다 팔아버린 애국자 아내가 원망스러웠다.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기도 하였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화가 치밀어 올라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없어 채널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2019년에도 중요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과거 외환위기 때와는 질적으로 다른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세 가지 사건들이다. 하지만 이들 사건들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불가능 할 것이고 경제적으로 주변 강대국들에게 지속적으로 종속될 것이다.
  
그 첫 번째 사건은 지난 4월 3일 세계 최초의 5G 네트워크 상용화 발표이다. 초고속, 초저지연성, 초연결성을 두드러진 특징으로 하고 있는 5G네트워크는 최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당 20Gbps로 급상승하게 된다. 지금까지 2GB 용량의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 하는데 16초가 걸렸다면 5G에서는 0.8초 만에 다운되는 셈이다.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되고, 높은 수준의 서비스품질과 보안 능력을 갖출 수 있어 전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능하게 된다. 과거 박정희 군부 독재 시절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여 우리 경제 발전의 기초를 마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존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한 사물인터넷과 5G 네트워크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동시에 최첨단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통해 스마트 사회로 나아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시작을 알려주었다.  
빅데이터-사물인터넷-클라우드-인공지능-가상현실-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은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우리 사회의 문화양식까지도 바꾸게 될 것이다. 그래서 혁명이다. 이런 5G 네트워크를 대기업들의 기술적 발전으로만 바라보는 고위 공직자가 아직 있다면 하루 빨리 그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야한다.
 
두 번째 사건은 7월 1일 징용배상 관련 일본의 보복적인 수출규제조치이다. 우리 한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생산을 위해 필수 원재료들을 생산하는 일본 기업의 對한국 수출을 막은 것이다. 분명 일본은 이 조치가 우리나라에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줄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사실은 우리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다. 그 동안 생산비용 절감차원의 정책들을 완전히 바꾸어 원재료 수입처 다변화와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단행하였다. 여기에다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안가기 운동은 우리 국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좋은 계기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2019년 세 번째 중요한 사건은 12월 17일 국가정책으로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전 부처가 참여하여 만든 <인공지능(AI) 국가전략 2030>을 발표한 것이다. “IT강국을 넘어 AI강국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경제 사회 전반의 혁신을 위한 3대 분야 9대 전략과 100대 실행과제를 제시하였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현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AI 범국가 위원회>로 그 역할을 재정립하여 이번 국가전략의 충실한 이행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협업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에 비해 늦기는 하였지만 지금이라도 종합적인 국가정책이 마련되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 남은 것은 지금까지의 사건이나 정책들을 국내외 상호 관계 속에서 그 변화를 읽어내고 미래방향을 설정하는 통섭의 능력이다. 미국 등 인공지능 강국들이 만들어 놓은 기반 기술들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속에서 사업기회를 찾아내는 것은 우리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각 개인의 몫이다. 
 
2019년 이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스마트 홈에서 스마트 카(car)와 스카트 시티, 스마트 정부  등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라이프의 실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시간의 흐름이 아닌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서 그 변화 방향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서 그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