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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소확행(小確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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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독자투고> 소확행(小確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독자투고>

 

요즘 사람들의 입에 ‘소확행’이란 말이 자주 오르내린다. 처음 들으면 그 뜻을 몰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말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 

일본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등장하는 말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먹는 행복’,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 정의하면서 쓰이기 시작한 말이라 한다. 

요즘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강남이나 수도권에서 일주일이 멀다하고 억대씩 오르는 아파트 가격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지속되는 불황의 그늘 속에서 허탈과 자괴감을 안고 살아간다. 

또한 젊은이들은 수 년간 계속되는 취업준비생 기간과 취업난으로 인해 꿈조차 포기하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그런 와중에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서민들이 추구하는 행복 마인드의 변화가 바로 소확행이다. 

좋은 직장과 높은 직위, 남들보다 많은 연봉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르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자아를 찾을 수 없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차 한잔의 여유, 퇴근 후 친구들과 가벼운 술자리와 같이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이런 심리에서 나오는 생각들이다. 

50년을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작지만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온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지금껏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우리 가족은 지난 봄 진주에서 가까운 작은 시골마을에 집을 지어 이사를 했다.

이른 아침이면 마당의 나뭇가지에 앉은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자명종을 대신한다. 눈을 뜨고 밖으로 나가 화단의 꽃들과 나지막이 아침 인사를 나눈다. 

또한 비 오는 날엔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는 기쁨도 있다.
 
지난 여름은 무척이나 뜨겁고 길었다. 해질녘 마당 한쪽에 심어 놓은 상추와 몇 포기의 가지, 고추에 물을 주며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야말로 오아시스 같은 힐링과 소확행을 느끼면서 더위를 이겨냈던 기억이 새롭다. 

어디 그 뿐이랴, 울타리 안에 심어져 있는 포도와 대추, 무화과, 빨갛게 익은 석류는 농부가 추수하는 행복감을 가져다 주었다.

누구나 그려보는 전원생활의 낭만적인 모습으로 보이나 아파트 생활의 편리함을 잊어야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부분의 소확행이기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게 된다.

건강한 정신과 행복한 삶을 위하여 자기만의 취미를 찾고 가족과 친구들과 소통하며 작은 것에서 만족을 느끼는 마음가짐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지난 한글날 지리산 뱀사골에 갔었다. 새색시처럼 수줍은 듯 단풍이 내려앉고 있었다. 

깊어가는 가을날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에서 소소하지만 행복을 느끼는 가을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 경남뉴스 독자 권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