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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의로운시민조례 개악(改惡), '죽거나 다쳐야' 예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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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진주 의로운시민조례 개악(改惡), '죽거나 다쳐야' 예우·지원?

제명·용어 바꾸면 부정적 연쇄효과 일어나

진주 의로운시민조례 개악(改惡), '죽거나 다쳐야' 예우·지원?

윤갑수 진주시의원

 

그동안 진주시에선 평범한 시민이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을 위험과 범죄에서 구하면,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시민의 행동을 예우하고 지원했다. 이는 '진주시 의로운 시민 등에 대한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기존 조례)'에 근거한다.


그런데 이 기존 조례가 개악을 앞두고 있다. 죽거나 다쳐야 수혜를 받도록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윤갑수 진주시의원이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제216회 진주시의회 제2차 정례회에 기존 조례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사상자법)'에 따라 조례 용어를 법령 용어로 통일하고 순화하겠다고 나섰다.


예를 들어 기존 조례의 '의로운 시민'을 법령의 '의사상자'로, '의로운 행위'를 '구조행위'로 바꾼다. 제명도 '진주시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개정조례안)'로 바꾼다.


문제는 이렇게 조례의 제명과 용어 정의를 법령에 따라 바꾸면 수혜자의 폭도 좁아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진 의로운 일을 하면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기존 조례에 따라 수혜를 받았는데, 이제는 반드시 죽거나 다쳐야 수혜를 받게 된다.


단순히 용어를 바꿀 뿐인데, 왜 그렇게 되는가? 용어 정의가 불러일으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 효과 때문이다. 


먼저 눈여겨볼 용어가 구조행위와 의사상자다. 윤 시의원이 기준 삼은 법령인 의사상자법을 보자.


의사상자법 제2조(정의)

 

1. "구조행위"란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를 말한다.

 

2. "의사자(義死者)"란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이 법에 따라 의사자로 인정한 사람을 말한다.

 

3. "의상자(義傷者)"란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체상의 부상을 입어 복지부장관이 이 법에 따라 의상자로 인정한 사람을 말한다.


윤 시의원은 이 법을 개정조례안에 이렇게 반영한다.

 

개정조례안 제2조(용어 정의)

 

1. "구조행위"란 ... (의사상자법과 같다).

 

2. "의사자"란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하여 '의사상자법'에 따라 복지부장관이 의사자로 인정한 사람을 말한다.

 

3. "의상자"라 함은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신체상의 부상을 입은 자로 '의사상자법 시행령'에 따라 복지부장관이 의상자로 인정한 사람을 말한다.


개정조례안은 이 용어를 바탕으로 그 적용범위를 이렇게 정한다. 내용을 전부 싣는다.

 

개정조례안 제3조(적용범위) 이 조례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적용한다.

 

1. 진주시에 주소를 둔 주민이 '의사상자법' 제 3조에 따른 구조행위를 하다가 의사상자가 된 경우.

 

2. 시에 주소를 두지 아니한 사람이 시 관할 구역 내에서 '의사상자법' 제 3조에 따른 구조행위를 하다가 의사상자가 된 경우.


즉, 개정조례안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시민이 죽거나 다쳐 의사상자법에 따라 복지부장관이 의사상자로 인정해야 이 시민을 시에서 예우하고 지원할 수 있다. 반드시 죽거나 다쳐야 하는 조건이다.


이 조건은 법 적용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명확한 만큼 억울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아무리 선한 가치를 실현하려고 위험을 무릅써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기에 시에선 이 행동을 기릴 수 없다.


그래서 진주시에선 지난 2013년 의사상자법과 범위를 달리해 용감한 시민이 죽거나 다치지 않더라도 예우하고 지원할 수 있는 기존 조례를 제정했다.


기존 조례에선 의사상자를 '의로운 시민'으로, 구조행위를 '의로운 행위'로 지칭했다. 참고로 기존 조례의 정의에는 적용범위까지 명시하므로 그 적용범위를 밝힌 기존 조례의 제3조(적용대상과 범위)는 생략하겠다.

 

기존 조례 제2조(정의)

 

1. "의로운 시민"이란 제2호 각 목에서 정한 의로운 행위를 한 사람 또는 의로운 행위를 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 또는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서 제4조 제 1항에 따른 진주시 의로운 시민 심사위원회의 심사·의견을 거쳐 의로운 시민으로 결정된 사람을 말한다.

 

2. "의로운 행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 타인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강도·절도·폭행·납치 등의 범죄행위를 제지 또는 결정적인 제보를 하거나 그 범인을 체포하는 행위.

 

   나. 천재지변, 운송수단의 사고, 야생동물 등의 공격, 물놀이, 화재 및 산불진화, 등산 등으로 인하여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거나 긴급 조치를 한 행위다. 그 밖에 가목 또는 나목과 유사한 형태의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한 행위.


보다시피 기존 조례에선 법 적용의 측면에서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의로운 시민'으로서 시의 예우 및 지원을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개정조례안의 의사상자는 기존 조례에 나오는 일부 선행(제지·제보·체포·긴급조치 등)을 해도, 죽거나 다치지 않으면 시의 예우 및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런 시각에 관해 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윤갑수 시의원은 불명확하게 규정한 용어를 정비하는 것뿐이지 결코 수혜 범위를 줄인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윤 시의원은 "복지과에서도 그런 얘기를 하던데, 개정조례안을 보면 일부에서 염려하는 내용을 보완하는 '기타 그외'에 해당하는 문구가 있다"라면서 수혜 범위의 축소를 우려하는 의견을 일축했다.


그는 "기존 조례의 의로운 시민이란 말이 그 의미가 애매모호하다. 법은 명확해야 하므로, 상위법인 의사상자법에서 밝힌 용어로 명칭을 정확하게 바꿔 법의 적용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이 조례개정안은 서울시 각 구의 의사상자 조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면서 "다른 시·군 69군데에서 상위법에 따라 명칭을 바꿨으므로 진주시에서도 이를 따르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시의원이 말한 '기타 그외'는 개정조례안의 제1조(목적)에 나오는 이 대목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정조례안을 통틀어 여기에서만 '그외'에 해당하는 내용을 다뤄서다.

 

개정조례안 제1조(목적) 이 조례는 '의사상자법'에 따른 의사자와 의상자 및 그 유가족에 대하여 법에서 정한 보상 등 국가적 예우 및 지원 이외에 진주시에서 그 희생과 피해의 정도 등에 알맞은 예우 및 지원을 함으로써 이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시민의 귀감으로 삼아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기타 그외'로 짐작되는 곳은 밑줄 친 곳 중 진하게 표시한 "이외에"라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부분의 대상은 이 대목의 바로 앞에서 분명히 그 적용대상의 범위를 한정한  "의사상자법에 따른 의사자와 의상자 및 그 유가족에 대하여"다.


결국 윤 시의원의 주장과 달리 개정조례안은 훌륭한 일을 한 시민의 수혜 범위를 축소한다. 이는 기존 조례를 제정한 취지에 어긋나는 개정이다. 한마디로 개악이다.


한편 진주시의회에선 오는 18일까지 '진주시 의로운 시민 예우 및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에 관해 기관·단체·개인의 찬반 의견을 묻는다. 자세한 내용은 진주시의회 의사팀(749-8963)이나 시의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